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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여행

고3 19살이 되던 해에 해외여행을 여러 번 해본 친구와의 대화 중 두서없이 10 대마지막 여행을
보라카이를 가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고 그말에 혹한 나는 부모님을 몇 날 며칠을 조르고 졸라 
허락을 맡게 되었다.  어릴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친구였고 이미 해외여행을 여러 군대 다녀본 친구라
그 친구와 함께라면 어딜 가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무지하고 어리지만
내가 부모님께 허락을 맡기위해 어떤 노력과 설명을 했고 그걸 부모님이 어떻게 느꼈을지 생각하면
참 무모하기도 하면서 어쩌면 부모님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해외여행을 자신들이 원했던 만큼
내게 이뤄지고 싶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보라카이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포털 사이트 검색을 해보니 모두가 꿈꾸는 휴양지, 신혼여행으로 
제격인 그곳은 내가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야자수가 길게 늘어진 화이트 비치였다.
정말 그림속에나 봤던 곳이라 가보지도 않았지만 그곳은 나에게 많은 영감과 행복을 불어넣어 주는 곳이었다.
모든 게 순순히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여행사에서 원하는 금액을 입금하고 여권을 발권받았다.
주변친구들도 고등학생 나이에 해외여행경험이 많이 없었을 때라 너무 설레고 여권만 바라보고 있어도 가슴이 벅찼다.
 
시일이 다가오고 친구도 모든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하루하루 그렇게 긴긴밤들을 지새우며 여행이 2주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점점 연락이 뜸해지던 친구는 아예 연락이 없었고 여행사에서 연락이 와 같이 예약한 친구는 아직 입금조차
되지 않아서 발권이 안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어떻게 어떻게 연락이 닿아 사정을 듣게 되었는데 지금은 부모님이 조금 
어려워서 그 모든 계획을 망칠 수가 없던 우리 보모님께서 우선 먼저 대신 결제를 해주었다. 
 
이제 정말 모든 게 다 되었다고 생각했고 하루하루 보라카이의 날씨와 내가 그 해변을 거닐 생각을 하면서
태어나서 그렇게 꿈꾸던 순간이 다가오는 게 너무 꿈만 같아서 어쩔 줄 모르던 시간들이었다.
 
이후 더 연락이 뜸해지는 친구 때문에 나는 초조해 갔고 연락이 도무지 닿지 않아 친구집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친구 어머님이 전화를 받았고 친구 어머님은 처음부터 허락해 준 적이 없다고 하셨다. 
평소 친구 어머니가 엄격한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단호한 말에 너무 가슴이 내려앉았고 오히려 나에게 
정신이 있는 거냐고 어디서 성인도 안된 너네들끼리 그 먼 길을 간다고 설치냐고 대못까지 박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슬픔과 절망이 동시에 몰아닥쳐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기대하고 기대했는지 알고 있던 부모님은 친구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아이들의 소원이니 여행사를 믿고 
한번 보내주자 성인이 되면 군대에 대학생활과 취업난이 다가오면 지금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기억되는지
그 경험들은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설득하려 했으나 정말 우리 부모님까지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며 오히려
이성이 없는 취급을 받으며 더 이상 전화연결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었으면 모든 걸 나 스스로 정리할 수 있었겠지만 그 모든 상황보다 더 컸던 충격과 고통들에
나는 무기력했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부모님은 친구 부모님과 연락을 해서
친구가 원해서 대신 내주었던 금액과 다시 돌려받지 못하는 취소수수료는 제외하고 나머지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도
돌려다라고 하자 상황이 어려워서 못주며 동의한 적도 없는데 생돈 써놓고 어디서 돈을 달라고 하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그들은 보며 부모님께도 너무너무 죄송했다.
 
결국 내 모든 여행은 물거품이 되고 써보지도 못한 여권은 만료기간까지 지났다.
 
그 아름다운 곳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인연들이 모여 갈 수 있는지 나는 아니라는 생각에 침울했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와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고 그 친구와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물론 나에게 사과할 용기조차 없는 비겁한 친구였지만 그로 끝이난관계라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스물넷이 되던 해 나는 필리핀 어학연수를 꿈꾸고 실행에 옮겼다.
일로일로라는 지역이었고 그지역은 필리핀 수도보다 더 학구열이 강한 필리핀 교육도시에 위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학원 등 필리핀에 유명한 대학교들이 다 모여있는 곳이기도 했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일로일로는 필리핀의 몇천 개의 섬들 중에 유일하게 보라카이와 같은 땅으로 이루어져 있어
버스를 타고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마침내 계획하고 계획했던 보라카이 여행을 정말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갔던 날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던 순간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 순간에 가장 먼저 들었던 마음이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고 이런 예쁜 곳을 내 눈으로 담을 수 있게 
낳아주시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한 정말 감사함을 느꼈다. 
 
보통의 필리핀생활과는 다른 관광지와 휴양지기 때문에 물가도 비싸고 수많은 한국 허니문 커플들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겹쳐 분비고 어지럽기도 했지만 정말정말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여행지 중 하나인 것에는
특별함이 있다.  언제라도 나는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코로나 이후 필리핀 국민을 제외한 외국인들의 입도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방문할 수 있는곳이며
필리핀의 보라카이는 정말정말 아름다운 세게 3대 해변임에 틀림없었다.
오래된 휴대폰으로 찍은 흐릿한 사진들뿐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